전지적 독자 시점, 싱숑

 

 

 

 

스급 보다가 오니 정말 선녀가 따로 없다. 팬덤의 과한 비엘베이팅에 지쳐서+슬슬 질려가던 참이라(원래 온고잉 잘 못 봄) 성마대전 초반 즈음에서 하차한 건데 본편 완결나고 에필로그 진행중이라길래 다시 보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하루 종일 끝까지 보게 되는데....

초반은 온갖 소재 짬뽕했는데 재미없지는 않은 그 신선함에 재밌게 봤고, 중반은.... 기승전구원튀사실이것도주인공의큰그림 반복이 좀 질린다. 그리고 후반부는 뻐렁찬다. 각자의 ■■에 대해 밝혀질 때 그 뽕이란. 물론 특정 캐릭터 정체라든지 어느 정도 예상한 것도 있었지만. 타임 패러독스와 서술 트릭이 판을 치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내용 놓치게 된다. 나도 몇번 뒷페이지 넘겨보고 이전 회차 다시 보고 그랬다. 그 과정이 재미없던 건 아닌데(오히려 재밌음) 심적으로 지친다. 다 읽긴 했지만 이 소설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하긴 어렵고. 분명 1인칭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이 녀석의 생각을 온전히 읽어낼 수가 없다는 점이.... BL코인이라고 말이 많던데 비엘을 싫어해서 그런지 몰라도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다 그냥 김독자가 모두에게 집착받는단 느낌이지

 

이후 두서없음 및 스포일러 주의

 

 

 

결국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지독하게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이야기를 사랑한다는 게 아닌가. 삶, 즉 인간이 살아온 그 자체야말로 이야기의 집합체고 외부의 이야기가 그 인간을 구성하게 된다는 것? 단순하게 말하자면 '독서는 마음의 양식' 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일까나. 여기서는 설화를 읽는다고 표현되지만 결국 인간을 구성하는 배경을 이해한다는 거고. 독자에겐 독자의 삶이 있고 상아에겐 상아의 삶이 있는 것처럼. 결국 사랑한 것들과 이름 없는 것들과 이전 회차에선 죽었어야 하는 것들과 버려지는 것들을 구하고 사랑하고 부당함을 향해 한 몸 불사를 수 있는 것이 김독자 컴퍼니의 설화=삶이었다.

전독시에서 자주 나오는 장소인 지하철, 단순히 최초의 장소라서일수도 있겠지만 노선은 이어져 있고 반복해서 노선을 돈다. 독자는 다시 읽고, 주인공은 회귀를 통해 삶을 살아가고, 한수영은 작가로서 (여러 이야기에서 반복되는 요소인) 단서와 '클리셰'를 통해 미래를 계산하고, 가장 오래된 꿈과 신과 주인공은 서로를 통해 서로를 구성하고 있고. 4부에서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는, 반복을 이야기하는 말이 꾸준히 나오는데 이게 너무 재밌으면서 피곤하다. 독자(독자 또는 오래된 꿈)-작가(한수영 또는 tls123)-등장인물(중혁 또는 동료)은 꾸준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같음. 등장인물이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가교라는 걸까나. 독자가 어떤 관점으로 읽느냐에 따라 등장인물에 대한 평가는 변동하기도 하고.

아 정말 할 말은 많은데 머릿속에서 정립이 안 돼서 난잡하게 일단 되는 대로 쓰는 중이다 나중에 다듬어야지.... 김독자는 확실히 사회(멸망전)에 잘 적응한 소위 인싸냐고 하면 그건 아닐 것이다 유상아가 기억하는 김독자도 책이나 읽는 애였고 작중에서도 이런 모럴리스한 대격변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은 거진 테러리스트같은 사회부적응자라고 했고.... 누구나 오타쿠질 하면서 좋아하는 작품 등장인물이 된다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을텐데 김독자는 그걸 겪었고. 하지만 그의 세계를 이룬 건 단순히 멸살법의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유상아 한수영 한명오 이수경 이길영 등등 현실의 인물이며 그들이 단순히 '등장인물'이 되는 거에 거부감까지 가졌다는 게.... 가장 못 생긴 왕의 못 생긴이 ugly가 아니라 덜 만들어진이라는 의미인 건 알았는데 단순히 독자의 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게 김독자 심리-제4의벽과 연관이 있는 건줄은 몰랐어서 ㅠㅠ 마지막에 독자 씨 인상이 흐릿했는데 지금은 잘 보인다는 거 보고 아! 해버림

이렇게 쓰고 나니 좀 이 장르 2차 파는 사람같은데.... 아무튼 완결 축하드립니다 싱앤숑. 후기 보고 좀 충격먹었다. 서로의 취미생활을 공유하다 못해 짧지 않은 기간동안 협업하고도 사이가 깨지지 않는 가족 간 파트너십이라니.... 부러워!